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대규모 난민캠프, 화재로 전소
9일(현지시간) 새벽, 레스보스 섬에 있는 그리스 최대의 난민캠프인 모리아 난민캠프에 화재가 발생해 난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그리스 당국은 이번 화재가 모리아 수용소 주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봉쇄 조치에 '불만감'을 표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주 초 35명의 난민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후 난민캠프는 봉쇄되었다.
모리아 난민캠프는 최대 수용인원이 2200명이지만 현재 6배가 넘는 1만3000여 명이 머물러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이 난민캠프에는 보호자가 없는 407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해 4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살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TV 성명에서 불을 지른 폭도들을 규탄하며 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건 문제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폭력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어떤 관용도 베풀 수 없다. 이 정도 규모의 폭동이 일어날 경우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부상자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지만 사진작가인 조지 무타피스는 "난민캠프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리아 난민캠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컨테이너와 텐트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불이 이제야 꺼지고 많은 이주자들과 난민들이 수용소로 돌아와 그들의 소지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의 자선단체와 운동가 단체들 역시 이번 화재로 캠프가 완전히 전소되었다고 말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캠프 주민은 "어젯밤 캠프에 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격리된 것에 대해 화가 나 있었다. 그들이 작은 화재를 일으켰다. 이후 경찰이 도착하고 최루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서 불길이 커졌고 우리는 도망쳐야 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이민부 장관인 노티스 미타라치는 "화재가 누군가의 방화로 일어난 것으로 추측된다."며 "더 안전하고 인간적인 새로운 시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엔난민기구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현장에 인력을 배치하고 그리스 당국에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모리아를 황폐화시킨 불을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위터에 "가능한 한 빨리 EU 집행위원회와 다른 EU 국가들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를 지원할 수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