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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김훈

당신에게 가고 있어, 빛을 넘어서 이어지는 사랑

김보영 작가의 sf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미국 최대의 출판사인 하퍼 콜린스에 판권이 팔린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의 두번째 권이다. 이 세권의 책들은 각기 연관이 있으나 또한 독립적인 작품으로 성립한다.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탄생 비화가 좀 독특하다. 저자는 말미의 저자의 말을 통해 어떤 부부의 결혼을 기념하여 작품을 쓰다가 남은 이야기가 '당신에게 가고 있어'로 출간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뒤에 있는 독자의 말에서는 어떤 부부란 것이 다름 아닌 김보영과 그의 남편을 가리키는 것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남편은 작가인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할 수 있도록 낭독용 작품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에 대한 답으로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가 시작되었다.



김보영 작가는 2004년 '촉각의 경험'으로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전 중편 부문에 만장일치로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5년에는 단편 '진화신화'가 미국의 SF 웹진인 '클락스월드 매거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는데 이는 한국 SF 중 최초의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의뢰를 받아 '설국열차'의 시나리오 초안 자문 역할을 맡는 등 한국 SF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알파센타우리에 광속 우주선을 타고 간 예비 신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 남편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비 신부는 가족들이 이민을 가는 것을 배웅하기 위해 광속 여행을 떠난다. 상대성이론 효과에 의해 서로 시간대가 달라진 예비 남편은 예비 신부와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지구 궤도를 공전하는 빛배를 타기로 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건에 의해 둘은 엇갈리고 예비 신부가 도착한 지구는 이미 멸망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광속 여행이 불러오는 시간차를 다룬 고전적인 소재를 다룬 SF이기도 하다. 예비 신부의 들뜬 마음과 예비 신랑에게 가닿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안타까운 마음이 김보영 작가의 유려한 문체로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둘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물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이 작품에는 한가지 결점이 있는데 작품에서의 중요 사건이 우연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을 뺀다면 SF로서도 로맨스 소설로서도 합격점을 줄만하다.



예비 신부는 광속선 - 빛배의 승객에서 난민으로 또 4등급으로 점점 처지가 고달파진다. 그럼에도 예비 신랑에게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 속에 예비 신랑이 살아있다면 둘은 헤어진 것이 아니라는 심리적인 논리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인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기도 하다. 승객을 태우고 성간 여행을 떠나던 우주선은 광속 효과를 이용해 시간여행을 하는 기계로 변모한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결국 지구는 파괴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주선의 사람들은 점점 이상해져가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공식대로 인간 대 인간의 갈등이 벌어진다.



'당신에게 가고 있어'의 다른 축은 인공지능인 '훈'과 예비 신부 간의 청소밥 게임이다. 청소밥 게임은 인공지능에게 두사람 이상이 명령을 내려서 누구의 명령이 최우선순위로 달성되는지 겨루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이용해 예비 신부는 우주선에서의 절대적인 명령권을 획득하게 된다. 흥미로운 사고 실험으로서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면모를 가진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분량은 짧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출판사가 주목한 소설에 집중해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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