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지돈


(출처=알라딘)

체코에서 자살한 공산주의자 정 웰링턴에 대해 다룬 소설인 정지돈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는 그의 평소 스타일대로 짧고 다소 장황한 인용으로 이뤄져 있다. 개략적인 줄거리는 해방공간의 공산주의자들이 체코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혹은 들어갔다가 죽은 이야기다. 정지돈은 소설의 시점을 바꿔가며 중심 이야기에서 이탈을 시도한다.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정웰링턴에 대한 소설을 쓰는 자신의 시점으로 돌아가 일종의 여행기를 펼쳐놓는다.


​공산주의자에 대해 다루고 있으나 공산주의에 대한 소설은 아닌, 이 소설의 제목은 알렉세이 유르착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기나긴 참고 문헌을 뒤에 붙이고 있다. 많은 부분이 인용으로 보이며 그렇지 않아 보이는 부분들도 치밀한 인용의 결과일 거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정지돈은 사람의 이야기를 길게 쓰지 못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수시로 바뀌는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그럼에도 동인문학상 독회에서 추천작으로 뽑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른바 '현대 순수 문학'이다.


​문학과지성사라는 한국 순수문학의 핵심에 닿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답게 약간은 난해하고 다소 흥미로운 지점 몇가지들을 남겨놓는다. 순식간에 2~3쇄를 찍어낸 데에는 유럽의 풍경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정지돈의 매력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는 한국의 이야기를 할 때보다 가본 적이 없는 외국의 이야기를 묘사할 때 더 적확하다는 느낌을 준다.


​소설에 있어서 공산주의는 타인을 감시하고 옥죄는 체제다. 알렉세이 유르착의 저작에서 공산주의 사회가 일종의 폐쇄적인 유토피아로 그려졌던 것과는 상반된 관점이다. 북한에 대한 고무, 찬양이 아직도 불가능한 국보법의 한국에 대해 정지돈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아직도 그런게 있어요?"라고 반문한다.


​그렇다. 아직도 그런 게 있다.


​공산주의는 정웰링턴에게 지옥과도 같은 체제였음이 분명하다. 비록 그가 자살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지만, 어딘가 슬픈 듯한 미소를 띠고 있는 정웰링턴은 타인의 무수한 죽음 속에서 살아갔다. 그리고 언제나 뒤따라오는 비밀 경찰의 존재. 발화를 감시하고 일상을 통제하는 비밀경찰이 도처에 존재했다. 정지돈의 시선은 러시아로 망명한 유학생들의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이들은 북한 체제를 부정하고 자신들만의 공산주의를 믿고 있었다. 아마도 소설의 시작점이었을 이들의 이야기는 정지돈이 좋아하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 영화는 다큐멘터리일까. 아닐까. 이 소설은 허구적일까 아닐까. 이에 대한 생각은 독자들에게 맡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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