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기쁨, 정지돈, 금정연


(네이버책)

정지돈과 그의 친구이자 서평가인 금정연이 쓴 문학의 기쁨은 문예지에 실린 평론과 서평,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정지돈은 소설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금정연은 상대적으로 무명인 편이다. 금정연은 알라딘에서 도서 MD를 하다가 문예지 편집동인으로 참가했고 이후 서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현대 한국문학에 대한 것이다.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가리지 않고 소설을 선정하지만 정작 소설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담이 많은 편이다. 앞의 4편의 글은 정지돈과 금정연의 대담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누가 주저자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파악은 가능하다. 두 명 다 대담의 대상이 되는 소설군에 대해서는 팔짱을 끼고 있고 더군다나 주제인 한국문학의 현재나 위기 같은 것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태도가 유쾌하게 읽히는 것은 앞부분 정도다. 뒤로 갈수록 난해한 내용의 인용이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져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정지돈과 그의 친구들인 '후장사실주의자'에 대해 관심있어 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하지만 한국문학의 위기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었다면 잠시 이 책을 덮어 놓고 다른 책을 검색해보도록 하자.


이들의 논의 아닌 논의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바로는 '새로운 문학이 가능한가' 또는 '한국문학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말이 아니라 침묵을 통해 의견을 대변해야 한다. 또는 영화의 한장면을 캡쳐해서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둘에게 좀 더 진지한 대담을 원한다면 아예 소설 후보군을 지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놔두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정지돈은 모 시인으로부터 '알파고'라고 불릴 정도로 인용과 나열에 집착한다. 금정연은 생활에 찌든 가장으로서의 자신과 허구헌날 술을 마시는 자신 속에서 어떤 삶에 충실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금정연의 삶은 위궤양 덕분에 구원받았고 정지돈은 유럽 여행으로 인해 한숨을 돌린다.


​문학의 기쁨처럼 분량이 많지 않은 책에서 대담, 서신교환, 시네마페이퍼(시나리오 형식)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다. 정지돈의 책을 어느 정도 읽어오는 정도의 각오 없이는 이 책을 함부로 사지 말 일이다. 그의 마수는 생각보다 강하고 뿌리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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