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

[미니시리즈] 극한 퇴근 完 - 그리고 결국 나는 해냈다

발걸음을 열심히 재촉했던 덕분일까? 그 날 집으로 가는 경의중앙선을 성공적으로 탈 수 있었다. 도착하고 나서 여유도 조금 있었던 덕에 자판기에서 캔커피도 뽑아 마셨다. 적당한 카페인과 당을 충전하고 나니 인파 때문에 복잡한 경의중앙선도 잘 버틸 수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집에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곱신데 강북에 있을 수 있다니. 지금껏 도로 한복판에만 있던 내게 이 사실은 거의 신세계에 가까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일산역을 밟았을 때, 여덟시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항상 어딘가 부족하고 불행하게 살다가 갑자기 행복해지면 행복하다는 사실조차 의심하게 되는데 당시 내 모습이 딱 그랬다.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버스를 타러갔고, 집에 도착했을 때도 여덟시가 아니라는 사실이 여전히 한번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비교적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고 씻은 다음, 침대에 눕자 그제서야 내가 일찍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요즘은 해가 부쩍 짧아졌기 때문에 퇴근만 해도 하늘이 어두컴컴했지만 당시는 여름이어서 하늘도 밝았다. 그렇게 점점 해가 지는 하늘 아래 누워서 나는 생각했다. 인간은 위험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든 돌파할 방법을 찾게 된다. 그리고 결국 나는 해냈다.


옛 말에 그런 말이 있다. ‘집나가면 개고생’이라고. 사실 놀기 위해서 집을 나갔을 땐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방에서 두 다리 뻗고 누워있을 때, 해가 중천인데 아직까지 자고 있냐는 잔소리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나가 있는 것이 나았다. 물론 나간다고 해서 특별한 것을 하진 않는다. 그저 평소 가고 싶었던 전시회나 공연을 보고 조용한 카페에서 맛있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다. 거기서 더 시간이 남는다면 좋아하는 구절을 펜으로 써보기도 한다 그렇게 밖에서 에너지를 실컷 얻고 집에 돌아가면 몸은 지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풍족해진다.


하지만 취직을 하고나서부턴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개고생’이 시작되었다. 일단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엄청난 개고생이었고 출근하는 것도 개고생, 일하는 것은 더 개고생, 퇴근하는 것까지 아주 개고생 종합선물세트였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달마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일 것이다. 물론 빠르면 사흘, 아무리 느려도 보름만에 다 나갈 돈이란 것을 알지만 일단 돈이 없는 것보단 있는 편이 더 든든하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전국의 직장인들이 ‘개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직장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꼼짝없이 회사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외의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일단 ‘허투루 쓸 수 있는 시간’조차 없다면 시간을 쓰지도 못한 채 하루를 엉성하게 끝내버리게 된다. 따라서 직장인에게 출퇴근 시간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극한퇴근’ 역시 하루를 엉성하게 쓰지 않기 위한 한 직장인의 눈물겨운 사투라고 볼 수 있다. 집에서 두 시간이 넘는 직장을 두 번이나 다녀보면서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잔머리만 늘어난 것 같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금과 같은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아마 전국의 모든 장거리 통근 직장인들이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모두 상식적인 회사에서 정상적인 퇴근을 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극한퇴근’을 마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회사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직하거나 그 전에 서울에 내집마련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부디 빠른 시일내에 차기 시리즈인 ‘극한 자취’나 ‘혼자 살지 마세요’를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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