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

미래로 가는 사람들, 우주의 끝으로 향하는 여행

​김보영 작가의 중편 SF '미래로 가는 사람들'은 전작 '당신에게 가고 있어'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뒷 세대의 이야기다. 하지만 내용상 연결고리가 없어 독립적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창작된 시기도 '미래로 가는 사람들'이 가장 앞서 있다. 이 작품은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에서 중편 부문에 심사작으로 오른 바 있다.




이 작품은 우주의 끝으로 가려고 하는 '시간여행자' 성하가 어떻게 해서 인간으로서의 몸을 초월해 4차원 이상의 차원으로 나아가게 되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성하는 광속으로 달리는 우주선을 이용해 미래로 시간을 뛰어넘는다. 그 과정에서 지구는 여러번 멸망하고 성하의 개입에 의해 다시 문명이 자라났다가 원래대로 멸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끝없은 흐름 속에서 성하는 오직 미래로만 가겠다는 여행의 의지를 다진다.




김보영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우주의 끝에 대해 다룬 아이작 아시모프의 '마지막 대답'이나 폴 앤더슨의 '영원의 끝'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우주가 어떤 멸망에 이르고, 인간이 그 멸망을 초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SF의 오랜 숙제같은 것이었다. 이를 묘사해 보려는 시도는 SF 작가들 사이에서 인생작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하는 '기'에 해당하는 1부에서 클론 생식을 통해 인공위성에 자리잡은 항해사로부터 '우주의 끝'까지 가는 항로를 받으려고 한다. 항해사는 성하가 자신의 할머니에게 선수금으로 파우스트의 원전을 줬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란다. 둘은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문장을 몇마디 나눈다. 항해사는 우주의 끝으로 가는 성하를 바라보며 자신의 문명이 멸망에 도달했음을 깨닫는다.




'승'에 해당하는 2부에서는 원시 사회에서 신으로 군림하는 또 다른 '시간여행자'가 등장한다. 성하는 또 다른 시간여행자로부터 위협을 받지만 곧 적대 부족에게로 옮겨가 이를 극복한다. 성하는 또 다른 시간여행자의 문명의 씨앗을 뿌린 신과 같은 존재였음이 드러나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전'에 해당하는 3부에서는 우주의 끝에 도달한 성하가 광속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우주인을 만난다. 이들은 광속에 도달하면 시간이 정지해서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성하를 가두고 광속을 향해 우주선을 몰아간다. 우주선에서 탈출한 성하는 자신의 길로 가게 되고 우주인들은 광속에 도달하여 영혼의 무리를 만난다.




'합'에 해당하는 4부에서는 모든 물질이 다 분해되어 생명을 잃어가는 성하에게 '클러스터'라고 불리는 군집 생명체가 다가온다. 클러스터는 성하를 4차원 이상의 차원으로 보내는 에너지를 자신의 생명을 태워서 만들어주겠노라고 제안한다. 성하는 이를 거절하지만 실은 클러스터의 시험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성하는 인간의 몸을 초월해 우주의 끝 너머로 이동한다.




이 소설은 파우스트를 인용하며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좋은 SF의 전형이다. 인간이 흔히 가지게 되는 의문, 우주가 끝나면 나란 존재는 어떻게 될까를 쉽고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낸 수작이기도 하다. 김보영 작가를 주시한다면 이와 같은 수작을 또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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