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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픽션,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작성자 사진: 김훈김훈

'시티픽션,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는 등단작가 7명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대체로 도시에서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고 책의 말미에는 동일한 질문을 7명의 작가에게 던진 짧은 인터뷰가 첨부되어 있다. 7명의 작가 중 눈여겨 볼 작가는 '82년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로베르토 볼라뇨 풍의 단편을 구사하는 정지돈, 한국 SF 계의 호프 김초엽이다. 다른 작가들은 전형적인 문단 소설을 펼치고 있다. 조남주와 정지돈, 김초엽의 단편에 비해 함량 미달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조남주의 단편 '봄날아빠를 아세요?'는 아파트 입주자 카페에 '봄날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올라온 글을 시작으로 한다. 봄날아빠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야 한다는 내용으로 입주민들을 선동한다. 누가 봄날아빠일까라는 의문을 둘러싸고 등장인물들은 각기 자신만의 고민 속에서 아파트 가격과 주거 환경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산다.




조남주의 단편은 아파트 가격 급등과 주거환경을 둘러싸고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갈등과 혼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전 작품에서 세밀한 묘사로 마치 통계자료를 보는 듯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쓴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아파트 가격 급등에 관한 자세한 데이터와 그만의 분석적 시각을 보태고 있다. 서울이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아파트란 무엇일까. 끝없이 올라가고 있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란 점에서 현실 밀착형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지돈의 '무한의 섬'은 밤섬에서 알 수 없는 존재를 만난 여자아이가 갑자기 정치인 아버지가 사라진 세상에서 답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이다. 정지돈 특유의 장광설은 배제한 채 SF 소설을 읽는 것처럼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단편이다. 주인공은 아버지와 오빠를 사랑하긴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반은 사랑하고 반은 증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의 실종은 다양한 인물들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주인공의 남자친구까지 사라지고 만다.




그녀는 점점 커져가는 밤섬의 알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선택을 요구 받는다. 정지돈은 그녀의 선택에 결론을 내버리는데 독자로서의 결론은 유예된 상태다.




김초엽의 '캐빈 방정식'은 뇌에 이상이 생겨서 언니의 시간감각이 일반인과 달라진 주인공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언니는 유명한 물리학자였으나 시간을 느끼는 감각이 아주 느려져서 일상적인 활동조차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언니를 치료하기 위해 주인공은 백방을 애를 썼지만 거의 효과가 없다. 언니는 치료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미국에 도착한 언니가 나름대로 정착해 살면서 주인공에게 울산에 있는 관람차를 조사해보라는 부탁을 한다.




울산에 있는 관람차에 타면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언니는 그것이 자신이 연구하던 시간거품 이론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김초엽의 소설은 시간감각이 일반인과 달라진 존재라는 고전적인 SF 소재에 관람차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더해 이야기에 맛을 더한다. 김초엽의 단편은 완전히 SF 소설이기에 전체 단편집의 경향을 보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다.




다른 소설들은 리얼리즘 소설인데 반해 정지돈과 김초엽의 소설은 환상적인 색채를 갖고 있다. 처음부터 테마 단편집을 구상할 때 뭔가 어긋난게 아닌가 싶다. 수록된 작품들도 작품성이 고르지 않아서 독자로 하여금 뜬금 없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도 여럿 있었다. 결론을 명확히 내지 않은 채 일상 묘사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전형적인 문단 소설이 그 예이다.




하지만 김초엽과 조남주, 정지돈의 단편을 읽고 싶어했던 독자라면 주저 없이 이 소설집을 꺼내들기를 권한다. 이 작가들은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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