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 : 귀수편, 게임을 시작할까?


권상우가 주연한 바둑 액션 영화 신의 한수 : 귀수편은 엄청난 걸작은 아니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적당한 수작이다. 바둑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무위키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화투나 포커를 소재로 사용했더라도 무리가 없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바둑 고수에게 추행다해 죽은 누나의 기억을 품고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에서 만난 노름바둑꾼 허일도 밑에서 바둑판을 보지 않고도 이기는 처절한 수련과정을 거쳐 일종의 바둑 병기로 재탄생한다. 허일도는 어린 주인공을 이용해 사기 바둑을 둔다. 깡패와의 사기 바둑을 둔 후 이를 들킨 허일도는 깡패의 하수인에 의해 사망하고 주인공은 누나와 허일도의 복수를 위해 바둑과 육체를 수련한다. 어엿한 바둑 고수로 성장한 주인공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내노라하는 노름 바둑꾼들을 이기며 떼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돈에는 관심이 없어보이는 주인공.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선다.


​이 영화를 간단하게 평하자면 바둑을 두다가 결국엔 싸우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을 두는 것과 배에 완벽한 복근을 완성시키는 것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권상우의 몸은 혹독한 수련을 거쳤다. 일본 만화와 한국의 대본소 만화 정서를 기묘하게 섞은 듯한 이 영화의 세계에서는 바둑을 두다가 손이 잘리고, 눈이 머는 일이 일상사다.


바둑을 두는 고수들은 1초도 아깝다는 듯이 일제히 속기바둑을 둔다. 주인공은 흑돌과 백돌이 구분되지 않는 투명한 바둑돌로도 개가까지 바둑을 진행시킨다. 마지막 복수극에 이르러서는 100인과의 집단 바둑을 두면서도 상대의 돌을 죽을 사로 배열시키는 데 성공한다. 바둑을 조금이라도 두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알파고의 시대에 이런 노름바둑꾼의 이야기는 어딘가 90년대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아직 우리가 알파고의 탄생을 알지 못하던 시절, 바둑을 마치 절세무공처럼 수련한 은거 고수들이 즐비할 것만 같은 시대가 이 영화의 배경이다.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원을 운영하는 마담은 옛날 다방에서처럼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아 돌린다. 다분히 타짜의 김혜수를 연상시키는 듯한 마담은 뜬금없이 주인공의 조력자인 똥선생과 결혼하기까지 한다.


​여기에 주인공을 위협하는 라이벌 외톨이가 빠지면 섭섭하다. 사석바둑을 통해 따낸 돌이 무거워지면 자동으로 염산이 발사되는 무시무시한 바둑판을 들고다닌다. 이 무거운 바둑판을 어딜 가나 들고다녀야 하다니 참으로 불행한 운명이다. 외톨이는 바둑으로 무승부가 되자 송곳을 들고 주인공과 싸운다. 권상우의 화려한 액션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리고 불바다. 영화는 후속편을 암시하듯 외톨이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만약, 그럴리는 없지만, 귀수편의 속편이 나온다면 화상을 더 심하게 입은 외톨이가 등장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타짜를 연상시키는 요소는 또 있다. 영화 장면 장면마다 세로 글씨로 나오는 장 구분이다. 글씨가 지나치게 흘림체로 쓰여 있어서 뭐라고 써 있는지 읽기는 힘들지만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타짜와 이 영화를 비교하기에는 개연성 측면에서 지나치게 부족한 면이 있다. 이런 표현을 쓰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마치 영화가 만화와 같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경공을 써서 공중을 날아다니지 않을 뿐이지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정말로 프로 9단을 꺾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입단시험을 치르는 게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이란느 단순한 세상의 이치도 이 이야기 속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오로지 누나와 허일도의 복수만을 자신의 신념으로 삼아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시간은 빨리 가지만 보고 난 후에 남는 허탈감은 어쩔 수 없다. 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또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는 주인공이란 홍콩영화스러운 허세 작렬 설정도 영화를 매끄럽게 소화하는 것을 방해한다.


​홍콩 영화와 만화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장르들을 소환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영화가 '신의 한수 : 귀수편'이다. 이야기의 정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영화지만 오락물로서의 노력은 나름대로 '귀신처럼' 다 하고 있다. 집에서 케이블 방송을 볼 때 우연히 마주치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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