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르 귀레슈, 힘과 기술 그리고 화합의 ‘오일 레슬링’ 축제

터키의 조상 스포츠 크르크프나르 오일 레슬링 축제, 일명 ‘얄르 귀레슈’가 개최됐다.
얄르 귀레슈는 터키 북서부 지방 에디르네에서 열린다. 14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유서깊은 전통 축제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참가 선수는 크르크프나르 황금 벨트와 최고의 페흘리반(레슬링 선수)이라는 영예를 얻기 위해 경기에 임한다.
예로부터 레슬링은 힘과 기술을 겨루는 물리적인 스포츠를 넘어 종교적인 의미를 품고 있었다. 특히 동양에서 씨름은 민속신앙과 신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스포츠로 인류의 도전 혹은 자연과의 화합을 그렸다.
무엇보다 레슬링과 씨름은 과거 군사 격투술로 군인들을 훈련시키기에 제격인 스포츠였다. 터키의 얄르 귀레슈도 이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됐다.
매년 터키의 전통 오일 레슬링 경기를 보기위해 전 세계에서 온 수천 명의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 7월 5일 개최된 얄르 귀레슈에는 약 2,000명의 페흘리반이 참가했으며 3톤의 올리브 오일이 사용됐다.
25년 째 크르크프나르 오일 레슬링에 참가한 알리 괵첸은 “오일 레슬링은 우리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유서 깊은 대회”라며 “지역 전통이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주요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최고의 페흘리반에게는 ‘황금 벨트’를
크르크프나르 오일 레슬링 축제는 일련의 의식이 이루어지는 전통 행사로 3일 간 지속된다.
40명으로 구성된 다울과 주르나(북과 관악기) 악단이 에디르네 지방자치체 건물 앞에서 ‘크르크프나르 아가’를 환영하는 연주로 시작된다. 크르프크프나르 아가는 축제를 후원하며 주최하는 이들을 칭한다.
축제는 시내 중심부에서 의식 행진으로 이어진다. 노래와 기도하는 행진은 바슈 페흘리반(최고의 오일 씨름 선수)에게 수여되는 ‘황금 벨트’를 봉송하며 ‘페흘리반의 묘지’를 방문한다.
행사는 시 중심부에서 외곽에 축제만을 위해 건설된 경기장 ‘에르 메이다느’라 불리는 남성 경기장에서 페흘리반의 얄르 귀레슈가 펼쳐진다.
경기장에서 페흘리반에게 오일을 바르는 의식과 ‘페쉬레브’라 불리는 준비 운동 그리고 인사는 축제의 중요한 의식이다. 축제는 ‘카즈그르’가 페흘리반을 소개하면서 이어진다. 카즈그르는 관객에게 운문 형태의 기도로 페흘리반을 소개하는 이를 칭한다.
3일째 되는 날 마지막에 크르크프나르 황금 벨트를 최고 페흘리반으로 뽑힌 승자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축제는 끝이 난다.

페흘리반의 덕목, 정직‧겸손‧전통
페흘리반 선수는 너그럽고 정직하며 겸손하고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는 모범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이들은 물소나 소가죽으로 만든 ‘크스페트’라고 불리는 두꺼운 바지를 입고 경기에 임한다. 모든 페흘리반은 스승-도제의 전통에 따라 훈련받는다.
올리브 오일의 의미?
얄르 귀레슈에 사용되는 올리브 오일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일각에서는 에디르네 지방의 강렬한 태양빛을 선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위해 올리브 오일이 사용된다고 한다.
반면, 레슬링을 연구하는 터키 역사학자 알리 귀레스는 당시 에디르네 지역에 파리가 많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리브 오일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바슈 페흘리반의 길에 지름길은 없다”
터키 공화국의 건국 이래 최고의 오일 레슬링 선수 중 하나로 여겨지는 아흐메트 타쉬르는 크르크프나르 오일 레슬링에서 8번이나 우승했다. 그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약 10년 동안 대회를 재패한, 으뜸가는 바슈 페흘리반이었다.
타쉬르는 “다른 스포츠처럼 얄르 귀레슈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름길은 없다”며 “인생을 레슬링에 받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