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지로의 만화 '여자공병'은 이차원이란 또다른 우주가 접근가능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 미래에는 예원자라는 컴퓨터가 있는데 인간이 100년이 걸려도 풀지 못할 수식을 컵라면이 익을 정도의 시간 동안 풀어내는 뛰어난 인공지능이다. 예원자의 기술을 이용해 여자공병이란 무기가 전투에 도입된다. 여자공병은 겉으로 보면 거대한 여고생처럼 보이는 생물학적 로봇이다.
죄를 짓거나 자원한 병사들이 이 여자공병에 타고 이차원에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 만화 여자공병의 주된 스토리다. 일단 무기의 모습이 어째서 여고생의 모습을 해야 하는가라는 점을 차치하고 봐도 이 만화는 꽤나 정신나간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여자공병에 타게 된 사람으로 여자 공병을 오래 타면 생겨나는 정신오염에 빠진 기체들을 사살하는 킬러 부대의 부대장이다.
정신오염이란 마치 자신이 진짜로 여고생이 된 것처럼 지급받은 핸드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전화나 문자가 온 것처럼 반응하는 것을 가리킨다. 주인공은 가까스로 정신오염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츠키코라는 알 수 없는 인물로부터 전황의 사정을 알려주는 문자를 받게 된다. 이 문자는 다른 정신 오염이 진행된 여자공병 파일럿이 받는 문자와는 달리 현재의 상황이나 미래의 전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상부로부터 츠키코라는 닉네임의 여자공병 기체를 사냥해오라는 명령을 받은 주인공은 다른 3명의 전우와 함께 이차원 너머로 향한다.
이 작품은 잔인하기도 하지만 여고생 모양을 한 병기라는 소재 차원에서 이미 페티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무척 폭력적이고 무의미할 정도의 성적 대상화를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본 내의 만화 시장에 비교해도 딱히 비교될만한 작품이 없을 만큼 기이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이 만화는 사이버펑크 sf 물의 고전적인 딜레마 - 내가 사실 로봇이 아닐까? -를 여자공병의 정신오염도라는 설정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극 종반에 가서는 아예 키리코라는 여고생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자신이 여자공병을 타고 있는 파일럿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목덜미를 칼로 스스로 찌르기까지 한다. 그렇게 해서 해석된 여자공병의 정체는 극 중에서는 무제한의 폭력과 섹스 앞에 덧없이 사라질 뿐이다.
보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만화지만 기이한 설정과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끝까지 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잠자리가 뒤숭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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