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나이, 포스트록과 국악의 환상적 만남
기타리스트 이일우를 중심으로 결성된 5인조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에서 공연을 하며 세계적인 유명세를 입증해보였다. 국악을 전공한 3인, 이일우, 김보미, 심은용은 한예종 전통예술원 01학번 동기들로 음악의 뿌리 또한 깊고 확고하다. 본래 49몰핀즈의 멤버였던 이일우의 서브 프로젝트로 시작한 잠비나이는 일시적인 프로젝트 수준을 넘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다수의 해외 페스티벌에 초청되고 있다.
이들의 대표곡으로는 정규 1집 차연에 실린 소멸의 시간이 있다. 이들의 정규 1집은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음반' 수상을 해내는 쾌거를 기록하기도 했다. 헤비메탈과 포스트록, 노이즈에 국악 악기의 연주가 섞이 이들의 음악은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 특별한 경험이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잠비나이는 아시아의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서구 음악을 무리 없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최근 뜨고 있는 밴드 이날치 등의 선구자 격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처음 해외에 소개된 것은 2014년 3월 북미에서 열린 최대 음악축제인 SXSW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존레논의 아들인 숀 레논이 잠비나이의 음악에 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만 하더라도 단발적인 화제로 그칠 줄 알았던 잠비나이의 인기는 곧바로 유럽으로까지 연결되었다. 2014년 제 44회 글래스톤베리 축제에 최고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함께 한국 뮤지션 최초로 정식 초청되며 한국의 리스너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후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 수상, 2016년 프랑스의 HELLFEST 무대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로 다양한 관심을 받게된 잠비나이는 어느새 한국을 대표하는 포스트록 국악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세계 투어 기록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받을 만한 수준이다. 2014년 14개국, 38개 도시, 52회 공연, 2015년 13개국, 29개 도시, 38회 공연, 2016년 18개국, 39개 도시, 50회 공연, 2017년 20개국, 44개도시, 50회 공연 등 잠비나이의 전설은 2020년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잠비나이가 이렇게 세계적인 밴드로 올라선 데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있을까. 우선 포스트락이라는 장르가 국내에서는 생소한 데 비해 외국에서는 탄탄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전통음악과 메탈, 아이돌과 메탈과의 콜라보 등 이색적인 헤비니스 음악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일본에서는 아이돌 그룹이 메탈음악을 하는 것이 하나의 서브 장르로 형성될 정도로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 또한 대만에서도 전통 음악과 헤비니스 음악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잠비나이는 세계적인 추세를 잘 탄 밴드이지만 장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밴드로서의 완성도, 곡의 퀄리티 또한 뛰어났다. 우선 국악을 전공한 3인의 실력과 프론트맨이라 할 수 있는 이일우의 인디 밴드로서의 경력이 잠비나이의 오늘을 있을 수 있게 했다. 이들의 성공은 우연한 때의 마주침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예견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인이 된 잠비나이는 2019년 정규 앨범 온다를 발매하는 등 음악인으로서의 발전에 멈춤이 없다. 세계적인 음악 흐름과 국내의 음악계가 동조하여 발전한 성공사례이자 인디 음악계의 스피릿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잠비나이의 앞길에 축복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