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출처=알라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만 해도 대학 졸업식 축사를 편집한 책 한권이 나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읽어도 재미있는 작가가 바로 월리스다. 그의 에세이집으로부터 선별하여 뽑아낸 에세이들로 구성된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포복절도할 만큼 흥미로운 묘사로 가득하다.
에세이를 쓰면서도 주석을 달기 좋아하는 저자는, 게다가 그 주석에 다시 주석을 달고 한참을 읽어야 끝날 분량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그는 삶의 모든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는 작가다. 2008년 46세의 나이로 자살하기 전에는 온갖 공포증과 정신적인 문제로 시달렸다. 그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는 끝모를 자세한 묘사로 호화 크루즈 여행에 대해 늘어놓는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여행을 한껏 경험하면서 그 속에서 환멸이 느껴지는 미국 중산층의 초상을 그대로 그려내었다. 일단 읽고 나면 계속해서 읽고 싶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제공하는 월리스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불평을 쏟아내는 허무주의자다. 그에게 사람들은 모두 우스꽝스러운 광대이고 그런 광대들의 놀음을 지켜보는 저자는 복통에 시달리며 거의 눈이 감기기 직전이다.
'카프카의 웃김에 관한 몇마디 말'은 문학 행사 강연 원고로 쓰인 작품이다. 카프카가 발휘한 유머감각을 어째서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불가능한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권위와 미국 영어 어법'은 서평으로 미국에서의 어법 논쟁과 권력 관계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톰프슨 아주머니의 집 풍경'은 9.11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9.11 테러에 대해 쓴 글이다. '랍스터를 생각해봐'는 미식 잡지의 의뢰로 쓰게 된 랍스터 축제 답사기다. 동물권, 특히 랍스터가 통증을 느끼는지에 대한 문제까지 사고를 확장하고 있다. '조지프 프랭크의 도스토옙스키'는 소설가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문자답을 서평으로 쓴 글이다.
'페더러, 육체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은 저자의 테니스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이다. '픽션의 미래와 현격하게 젊은 작가들'은 자기 세대의 소설가에 대한 평을 썼다. '재미의 본질'은 글쓰기와 창작의 고통과 기쁨에 대해 논한 글이다.
이처럼 월리스의 관심사는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어떠한 주제를 내놓아도 그가 쓰지 못하는 것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이 출판되고 한국에는 그의 소설과 테니스에 관한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바다출판사에서 그의 에세이를 다시 골라 수록한 선집이 두번째로 출판되기도 했다. 아직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월리스는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