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저자는 정신병을 안고 있는 환자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한국 사회에서 정신병 환자들이 겪고 있는 괴로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부터 시작해서 의사와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정신병 환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트위터에서 자조 모임을 만든다거나 여러 정병러(정신병 환자)들과 교류하며 이 책을 써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울증일 경우, 조울증일 경우 어떻게 삶을 계획해나갈 수 있는지 또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물론 저자는 환자이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걸러 들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니라 환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역의 이야기들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우울증일 때는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침대에서 누워만 지냈다. 그런 생활을 탈피하는 루틴을 제시하며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 주체적으로 판단하여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도 처음에는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정확한 병명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병명을 알고 난 후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 여러 정신과를 전전했다. 그동안 그녀는 정신과 약에 대해 빠삭하게 되었고 이제는 제품명과 성분명, 브랜드를 구별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제 3자이기에 그녀가 어떤 괴로움을 겪었는지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겪은 고통이 반면교사가 되어 혹은 조력자가 되어 다른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만약 정신과에 다니고 있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직 정신과의 문을 두드려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에게 어떤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정신병의 넓은 범주를 다 다루지는 못한다. 이 책은 우울증과 조증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ADHD나 연극성 자기애와 같은 개별적인 증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해당 병을 자세하게 다룬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을 마치 처방전으로 생각한다든가 아니면 지침서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병을 키우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책은 같은 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한 사람으로써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을 때 도움을 받을만한 수기다. 저자의 문장은 길고 호흡이 가쁘며 쉴새없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또 주변에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친구나 가족을 둔 사람이 읽어도 좋을 것이다. 좀 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맹신해서 의사 행세를 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단지 한 명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측면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전문의의 감수를 받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오히려 정신병이 심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책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어떻게든 활용될 수 있다. 그 활용의 폭은 독자가 정하는 것이다. 이 책의 독자라면 저자의 주의사항을 곰곰히 읽으며 자신에게 알맞는 용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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