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방위대'를 보내며…이들이 정말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출처=MBN 지구방위대
올해 1월 2일, TV조선에서 ‘미스터트롯’이 시작했다.
명실상부한 어르신들의 아이돌인 송가인을 배출한 ‘미스트롯’에 이어 차세대 남성 트로트 스타를 발굴해내려는 것이다. 전 작품이었던 ‘미스트롯’이 최고 시청률이 약 18.1%를 달성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미스터트롯’도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서 시작됐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는 말이 있듯, ‘미스터트롯’은 1화부터 12.5%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렇게 ‘목요일 예능의 포식자’가 된 ‘미스터트롯’ 앞에서 도전장을 내민 예능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MBN에서 2월 13일부터 방영한 ‘지구방위대’다.
이름부터 특이한 ‘지구방위대’는 ‘방위들의 공익 실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태사자의 리더 김형준부터 시작해 신화의 ‘팔방미인’ 전진, 개그맨인 김구라와 허경환까지 화려한 출연진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이목을 모았다. 얼핏 보면 잘 모르는 네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방위’, 즉 사회복무요원 출신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복무요원을 타이틀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사회복무요원, 즉 ‘공익’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먼저 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군대가 갖는 무게랑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징병제’를 택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한다. 군대에 가기 전, ‘신검’이라고 불리는 신체검사를 받는데 등급에 나눠서 현역과 사회복무요원, 면제로 나뉜다. 이때 ‘면제’는 ‘신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경우, 어딘가 하자가 있거나 편법을 썼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실제로 군대에 편하게 가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서도 있겠지만, 흔히 부러움에서 나오는 질투가 가장 크다. 보통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되면 학교나 도청, 시청 같은 행정 기관에서 근무를 하면서 출퇴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역보다 자유도가 높다. 따라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했다고 하면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군 생활을 했다는 시선이 따라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구방위대’는 ‘공익’ 출신 연예인들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참신한 소재에서 온 작은 호기심은 ‘지구방위대’ 본방 사수까지 이어지게 했다. 2월부터 시작한 ‘지구방위대’는 최근 4월 23일, 9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매주 목요일마다 ‘미스터트롯’을 제치고 ‘지구방위대’ 본방사수를 지킨 사람이 그동안 느꼈던 점을 짧게 써보려 한다.

1화부터 출연자를 탄광으로 보내는 예능은 '지구방위대'가 유일할 것이다. (출처=MBN 지구방위대)
우선 ‘지구방위대’가 하는 일의 성격은 코로나19의 유행 전후로 나눌 수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는 주로 탄광이나 연탄공장같이 주로 육체적인 노동력이 필요한 일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나서부터는 방역 작업부터 시작해 도시락 배달, 플라워 버킷 챌린지와 같이 코로나19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을 보여주고 극복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이 변화가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방위대’ 출연진들이 사회적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기존에 했던 탄광촌이나 연탄배달, 지하철 청소와 비교했을 때 방역 차를 몰고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육체노동이 덜하면서 코로나19가 바꾼 사회도 보여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것이다.
물론 ‘사회적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방위대’는 1화에서 멤버들이 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해야 했는지 각자의 사연을 말했던 만큼, 그 사연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사회복무요원을 가야만 했던 출연자에게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시키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공익’을 실현하는 것일까? 이는 ‘지구방위대’ 제작진들이 방송을 만들기 전 생각했어야 할 지점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구방위대'의 방향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출처=MBN 지구방위대)
한편 MBN이 생각해야 했던 지점도 있다.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점이다. ‘지구방위대’가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는 오후 9시 30분에 방영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오후 11시 30분에 방영했으며, 최종 방송 시간은 오후 11시가 됐다. 또한 방송 시간의 변경이 상당히 잦았으나 변경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 덕분에 항상 인터넷에서 ‘지구방위대’를 검색한 다음 언제 방송을 하는지 찾아봐야 했다.
이들은 마지막 화까지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없었다. 방송이 끝난 다음 ‘그동안 지구방위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만 작은 크기로 나온 것이다. 덕분에 ‘지구방위대’를 시청했던 사람들은 9화가 끝나고 방송이 정말 끝난 것인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구방위대’는 0.9%의 낮지 않은 시청률로 첫 출발을 알렸다. 이는 앞서 언급한 출연진의 라인업과 함께 참신한 소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결국 0.6%로 끝났다. 전 회차를 꾸준히 챙겨본 시청자의 입장에서 아까운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지구방위대’의 시청률이 하락한 것이 단순히 ‘미스터트롯’의 독주 때문일까? 부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기엔 매주 목요일마다 ‘미스터트롯’ 대신 ‘지구방위대’를 챙겨본 시청자들이 있었으니까.
만약 ‘지구방위대’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서 시즌2로 돌아온다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할 것이다. 방송의 방향성과 꾸준히 방송을 시청할 사람들이다. 이 중에 한 마리라도 놓치게 된다면 같은 결과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