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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김훈

커트 보네거트의 '클래식' 카메라를 보세요




출처 = 네이버 책




​'카메라를 보세요'는 미국의 유명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미발표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커트 보네거트는 1960년대 히피 문화 속에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름을 얻어 현대 미국 문학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집에는 언뜻 봐서는 커트 보네거트 답지 않은 소품에서부터 그의 독특한 문체가 잘 살아있는 걸작까지 골고루 담겨 있다. 번역가인 이원열은 훌륭한 솜씨로 맡은 바를 수행했다. 그가 뮤지션이라는 점을 알고 읽는다면 흥미로운 구석이 꽤 많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제5도살장'이나 '고양이 요람' 같은 장편이다. 하지만 '원숭이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같은 걸작 단편도 다수 집필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며 한 편으로는 잡지에 실릴 만한 단편을 써내는 것이 커트 보네거트의 삶이었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 데이브 애거스는 이 작품집을 두고 "열네 편의 단편은 전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잘 다듬어진 이 작품들은 무자비할 정도로 재미있으며, 하나도 빠짐 없이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결말에 도달한다."라고 말했다. 가히 과찬이라고 할 수 있다. 미발표된 작품은 원래 발표하려다가 미뤄진 것이 아니라 잡지에 보냈다가 심사에 떨어졌든가 아니면 편집자 선에서 제외된 작품들이다. 때문에 작품 중에는 다소 함량미달로 보이는 것들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커트 보네거트의 SF적인 색채가 가득 묻어나는 작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미 화석' 같은 단편이다. '개미 화석'에는 러시아 스탈린 시대에 사는 개미학자가 등장한다. 이 학자들은 고대의 개미 화석을 발견한다. 놀랍게도 개미들은 군집생활을 하기 전에는 인간처럼 집을 짓고 책을 읽었다. 점차 개미 사회에 파시즘이 퍼지면서 군집 생활이 일반화되자 개인 생활을 하던 개미들은 숙청되고 수용소에 갇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예언하는 듯한 이 작품은 SF적인 면모가 살아있으면서도 마지막에 개미 학자인 두 형제가 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시대를 풍자한다.




​'우주의 왕과 여왕'은 빈부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통해 부잣집 도련님, 아가씨였던 커플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깨닫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폴란드에서 이민 온 어머니를 둔 대학원 졸업생이 가난에 시달리다 허황된 연구에 빠진다.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다가 석사 논문이 거절되고 일터로 나서게 된 커트 보네거트의 삶과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후에 보네거트는 소설을 석사 논문 대신 제출하여 학위를 받게 되지만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훨씬 더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작품의 시작에는 커트 보네거트가 그린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어린애 장난처럼 거칠지만 사실은 심오한 구석이 있는 그림들이다. 커트 보네거트의 밝혀지지 않은 삶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되는 단편집이다. 그의 연보를 읽은 후 읽어보면 자전적인 색채가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집이 사소설적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커트 보네거트의 아이러니에 기반한 픽션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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