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온더 블럭에 나와서 화제가 됐던 젊은 펀드매니저 더퍼블릭자산운용의 김현준 대표가 쓴 주식 책이다. PER, PBR과 같은 장부가치에 대해 설명하거나 가상의 상황을 가정해 재무제표를 설명하는 등 다소 뻔한 구석이 없지 않은 책이지만 김현준 대표가 실제로 투자했던 사례를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내 이목을 끌었던 것은 삼양식품에서 나와 큰 화제가 됐던 '불닭볶음면' 투자 사례였다.
'불닭볶음면'은 해외에서도 인터넷 먹방을 위주로 인기를 끌어서 수출량이 상당했다. 김현준 대표는 불닭볶음면의 해외 수출 실적을 알기 위해 관세청 홈페이지를 뒤졌다. 삼양식품의 공장이 있는 지역의 수출 실적을 삼양식품의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는 수치와 대조하는 과정을 통해 불닭볶음면의 수출량을 수치로 뽑아낼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삼양식품 관계자마저 자신들이 불닭볶음면을 통해 이익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단계였다.
김현준 대표는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불닭볶음면의 수출 실적을 뽑아내는 과정을 여러번 시연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삼양식품이 뜨는 주식이라는 점을 알릴 수 있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이익은 크게 성장했고 주가도 반등했다.
이러한 김현준 대표의 노력은 사실 개인투자자가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현준 대표가 책에서 강조하는 메가 트렌드도 그런 종류의 투자 아이디어 발굴 방식 중 하나다. 세계를 휘어 잡을 수 있는 메가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 중에서 기업을 골라야 오르는 주식을 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개인의 정보력으로는 메가 트렌드를 어렵게 캐치해낸다고 하더라도 어떤 기업이 오를 주식인지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영역은 전문 기관투자자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돈을 버는 것은 제목대로 '부자들'뿐인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투자자들이 이 책 앞에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김현준 대표는 1년에 2배 오르는 주식 하나만 찾아도 성공한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과연 그렇다. 종목 선정 능력만 갖춘다면 주식투자 만큼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수단도 없다. 문제는 거기까지 닿으려고 할 때 필요한 노력과 재능이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범위이냐이다.
이 책을 읽고난 소감은 그런 능력의 범위는 일반인의 수준을 뛰어넘지만 개개인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큰 파도에 올라탈 기회는 있다는 것이다. 그 파도가 언제 어디서 몰려오는지를 알려면 또 비상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논의는 조금 도돌이표인 감이 없지 않다. 김현준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투자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뻔한 주식책처럼 당신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사기치는 책은 아니다.
진짜 기관투자자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잠깐 엿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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