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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

[미니시리즈] 극한 퇴근 ⑮ - 이번에는 정말 성공한 것 같다

옥수역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2011년에 많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옥수역 귀신’이다. 해당 작품은 여름 특집으로 연재된 ‘2011 미스터리 단편’에 수록되어 있다. 당시 여러 웹툰 작가들이 자신만의 그림체와 스토리텔링을 살려 다양한 괴담을 그려냈는데, ‘옥수역 귀신’은 그 중에서도 호랑 작가가 그린 작품이다..


그렇다면 당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을까? 이는 ‘옥수역 귀신’이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웹툰의 틀을 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컷만화를 연상할 때, 종이에 그려진 평면적이고 정적인 만화를 생각한다. 하지만 ‘옥수역 귀신’은 평범한 컷만화같지만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애니메이션도 아닌데 갑자기 화면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방심하다가 그대로 당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같은 작가가 그린 ‘봉천동 귀신’ 역시 당시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편을 다 봤는데 두 편 모두 보다가 마우스를 던져버릴 뻔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랑 아빠는 당시 나한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는데, 이런 이유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공포게임 실황을 보다가 자주 휴대폰을 던져버리곤 하니까.


어쨌든 나는 살면서 옥수역을 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만화가 아닌 실제로 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화는 어디까지나 만화기 때문에 귀신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귀신이 나오려다가도 말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게다가 옥수역에는 ‘경의중앙선 배차 시간’이라고 이미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3호선부터 경의중앙선까지 쉬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보통 경의중앙선이 있는 노선은 환승할 때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서둘러야 한다.


이상하게 경의중앙선이 있는 노선은 경의중앙선과 원래 있는 지하철과 상당히 떨어져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경의중앙선을 뒤늦게 만들면서 어떻게든 공간을 집어넣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홍대입구역 같은 경우 2호선에서 경의중앙선으로 갈때까지 상당히 걸어야 하며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나 서울역은 아예 역이 따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야 한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 조금 특이한데, 밖에서 보면 서로 다른 역 두 개가 붙어있는 것처럼 생겼다. 그 중 지하로 내려가는 회색 건물이 6호선이고 그 옆에 있는 기차역이 경의중앙선이다.


앞에서 말한 역들과 비교했을 때, 옥수역은 그나마 환승 구간이 짧은 역에 속했다. 물론 옥수역도 바깥, 즉 3호선에서 경의중앙선으로 이어지는 긴 통로가 있다. 하지만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앞에 언급했단 역들의 환승 구간의 절반정도 되는 거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다. 한참을 걷던 내 눈앞에 빨간 글씨로 된 익숙한 전광판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든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전역 도착]




나는 거의 뛰어가듯이 걸어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됐다. 이번엔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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